‘가족문제’ 되는 오빠 친족 성폭력… “별 일 아냐” 부모 말에 피멍드는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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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 성폭력, 그 이후의 삶 ③]
‘친오빠’ 친족 성폭력 가해자 14.5%미성년 오빠가 성폭력 가해자인 경우
부모가 피해자 집에 데려가도 못막아
원가정 복귀 후 사후관리 제도 필요
"엄마가 학교 앞에서 피해 아이를 기다렸다가 집으로 데려가 버렸어요.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오빠가 성폭력 가해자라서요."
지은진 전국특별지원보호시설협의회 대표의 말이다. 친족성폭력의 가해자가 '미성년' 오빠인 경우에는 부모가 보호시설에 있는 피해자를 마음대로 집에 데리고 가도 막을 방도가 없다. 피해자가 집으로 돌아가면 보호시설은 모니터링조차 하기 어렵다. 원가정에 복귀한 피해자는 더 이상 공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친족성폭력 가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아동복지법'에 따라 아동학대에 포함되지 않는다. '아동복지법' 제3조제7호는 아동학대를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 행위를 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오빠가 가해자인 친족 성폭력은 결코 적지 않다. 국회입법조사처(담당 허민숙 입법조사관)가 지난달 발간한 '감춰진 피해자들: 미성년 친족 성폭력 피해자 특별지원 보호시설 지원업무 실태 및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친족 성폭력 가해자의 14.5%는 친오빠였다. 친부(58%)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미성년자에 의한 성폭력은 아동학대가 아닌데다 아동보호서비스 기본원칙은 '원가정 보호'다. 이 때문에 오빠 성폭력 피해 아동은 성폭력이 일어난 집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 이후 성폭력이 재발했는지, 피해자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부모가 2차 가해를 하고 있는지 등을 친족성폭력 보호시설, 성폭력 지원시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없다.
현행법에 따라 집에 돌아간 피해 아동을 지원할 수 있는 보호체계가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피해자의 회복과 재발 방지 모두 가족이 알아서 할 문제가 된다. '성폭력 사건'이 '가족 문제'가 된 것이다.
게다가 대다수의 가족 구성원은 피해자른 회유하거나 2차 가해를 시도한다. 피해자만 참으면 다시 문제없는 가족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오빠가 가해자인 경우 부모들이 큰 사건 아니라며 넘어가거나, 축소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지기반이어야 할 가족에서 오히려 2차 가해를 겪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더 큰 고통과 배신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2021년 상담통계에 따르면 친족 성폭력 피해자를 방관(22.7%), 비난(22.7%)하거나 가해자를 보호(9.1%)하는 환경이라고 답한 비율은 50%를 훌쩍 넘었다. 주변인들이 피해자를 지지하는 경우는 20.5%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오빠 친족 성폭력의 경우, 가정으로 돌아가도 양육환경을 점검하는 등 사후관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 대표는 "사후 관리는 필수적이다. 누군가 계속 가정을 방문하고, 사후대처를 하는 것만으로도 재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감춰진 피해자들' 보고서를 작성한 허민숙 조사관은 "미성년 친족에 의한 성폭력 피해아동·청소년에 대한 가정복귀 및 사후관리 프로그램이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빠가 가해자가 아니어도 증거불충분으로 피해자가 가정에 복귀했을 때 역시 사후대처가 불가능하다. 문제는 미취학 아동이나 장애가 있는 아동의 경우 진술 조사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김옥분 경북 친족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원장은 "미취학 아동이나 장애를 가진 아동은 의사소통이나 표현의 어려움으로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경우 증거불충분과 같은 무혐의로 결과가 날 때 피해아동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성폭력은 사건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성폭력 신고 이후의 지난한 과정은 성폭력의 다른 얼굴이다. 친족 성폭력의 경우 지지기반이어야 할 가정에서 가해가 발생하기에 피해자는 더 큰 고통과 배신감, 상실감을 느낀다. 가해자를 이해하고 싶고, 나만 참으면 괜찮을 것 같다는 마음이 올라온다. '집'을 잃는 일은 무섭기 때문이다. 게다가 친족 성폭력은 피해자가 어리고, 수년간 가해가 지속된다는 특징을 갖기에 더더욱 폭로가 어렵다.
하지만 주위의 도움으로 가정에서 벗어난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이 있다. 탈가정을 한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여성신문은 친족 성폭력 사건 이후의 삶에 주목한다.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이 시설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시설을 퇴소 후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따라간다. [편집자주]
① 자립수당 못 받는 친족성폭력 피해자, '홀로서기' 지원해야
② 가족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서로를 보듬는다
③ "오빠 친족 성폭력, 부모가 피해자 집에 데리고 가도 막을 방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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